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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1/07  쉽게 변질을 이야기하지 말 것: <Big Fish>

눈부시게 노란 수선화밭과 그보다 더 눈부신 이완 맥그리거의 미소.
그것이 <Big Fish>를 아직까지도 좋은 영화였다고 기억하고 있는 이유다.



저 노란 수선화가 보라색 제비꽃이었다면 아마 극장에서 기절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색감에는 노란 수선화가 훨씬 더 어울려.

동화같은 에피소드의 연속인 이 영화를 보면서 난 참 즐겁고 행복했었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저 장면과 그 외에도 종종 등장하시는 이완의 장난스럽고 천진한 미소가 화면 가득 잡힐 때면 너무 좋아서 녹아버리곤 했다. 저 미소에 심지어 성이 Bloom이라니, 정말 제대로 된 캐스팅 및 작명이라고 생각하면서 감탄했었고, 영화가 끝나고 집에 올 때는 큰 물고기의 등이 만들어 준 징검다리를 사뿐사뿐 딛는 기분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영원한 내 소년, 이완.

나는 이렇게 좋았었는데, 얌전한 팀 버튼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 이전의 팀 버튼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는 꽤나 컸던 듯. 이럴 때면 언제나 그렇듯 "팀 버튼은 변했어."라는 단정도 나오기 마련이다. 팀 버튼 뿐이겠어, 모든 아티스트들은 항상 비슷한 딜레마를 안고 산다. 기존 스타일을 고수하면 "발전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다른 것을 시도하는 경우에는 "브루투스, 너마저"가 되는 형국. 이런 사람들에게 여러 아티스트의 팬질을 상당기간 해 온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변한 게 아니에요. 그것도 그 사람이에요."

물론 알고 있다. 그 사람의 작품을 열심히 사랑했으니까, 그리고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기존의 것과 다른 모습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아마 나는 그들만큼 팀 버튼에 대한 애착이 강하지는 않았으니까 이렇게 쿨한 척 말할 수 있다는 것도. 그 대상이 정재영이나 장진이나 송강호나 김지운이라면, 아마 내 마음도 그러하리라. 하지만 팬질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랑과 이해 또한 달라져야 함이다. "xx의 작품세계 계보"따위를 읊는 것은 늦어도 십대 후반에는 졸업해야 하는 법. 나의 별님도 오만가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그 품은 마음이 어떻게든 바깥으로 나와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다는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때가 있다. 아티스트들은 그걸 자기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것이겠지. 이쯤 되면 얼굴 한 번 보지 않은 내 별님에게 매우 인간적인 애정을 품게 된다. 그래서 그의 또 다른 모습을 보면 내심 당황하면서도, 그의 변질을 이야기하는 자들에게는 그 쉬운 혀 끝 놀림에 대해 화를 내고 변호하게 되는 것이다. 안다, 중증이라는 걸. -_-;

아무튼, 쉽게 변질을 이야기하지 말라는 거다. 팀 버튼이라고 해서 착한 영화 만들지 말란 법 있나? 누구나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권리는 있지만, 그것에 대해 변질 운운하며 그 사람이 원하지도 않는 절대성 따위 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아티스트의 다른 가능성을 막는 길임과 동시에, 그에게서 또 다른 것을 발견하고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를 당신의 눈과 마음을 가리는 길이기에.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 물에 들어가는 노년의 에드워드 블룸과, 그런 그를 이해하는 아내.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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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7 01:10 2006/11/07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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