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부산 여행 중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이 책을 샀다.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게, 한 호흡에 읽었는데도 감상평을 못 썼던 것이,
순간순간 서로 다른 구절에서 생각들이 피어오르고 흩어지고 하다 보니 이걸 글로 정리할 재간이 없었다.

무거운 제목과는 달리 "그냥 웃자고 쓴 건데 무얼"하면서 눙치실것만 같은 주제 할아버지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
웃자고 쓴 글에 덤벼들어 의미를 캐 내어야 하는 전문 평론가가 아닌, 평범한 독자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
그러나 능청맞게 "그냥 웃으라고" 할아버지가 던져주신 말들에 때로는 뒷골이 서늘하고 가슴이 푹 찔린다.

너는 사물이 진정으로 어떠한지는 절대 모를 것이다. 심지어 그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다. 네가 사물에 붙이는 이름은 그저 이름, 네가 붙이는 이름에 불과할 뿐이니까. 우리 둘 중에 누가 철학자입니까.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니다. 너는 그저 초보 철학자일 뿐이고, 나는 그저 어항의 물 위를 움직이는 영일 뿐이다. 우린 죽음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었지요. 아니, 죽음에 관한 얘기가 아니야, 죽음에 관한 얘기가, 내가 물은 건 왜 인간이 죽지 않는데 다른 동물은 죽느냐 하는 것이다, 왜 어떤 것의 죽지 않음이 동시에 다른 것의 죽지 않음이 되지 않는가, 이 금붕어의 생명은 끝이 나는데 말이야, 아, 경고해 두는데, 네가 이 물을 갈지 않으면 그 죽음은 오래지 않아 닥칠 것이다, 그럴 때 너는 그 죽음에서 지금 이 순간 너도 모르는 이유로 네가 면제받고 있는 그 다른 죽음을 인식할 수 있을까. 전에, 사람들이 죽던 시절에, 몇 번 세상을 뜬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 있었지만, 그들의 죽음이 나에게 언젠가 닥치게 될 죽음과 같을 것이라고 상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너희 각각은 그 나름의 죽음을 가지기 때문이지, 너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것을 비밀장소에 가지고 다니지, 그건 너에게 속한 것이고, 너는 그것에 속한 거야.

- [죽음의 중지] 중 초보 철학자와 어항의 물 위를 움직이는 영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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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4 00:51 2009/05/14 00:51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의 인터뷰집 <감독, 열정을 말하다>를 읽었다. 전작인 <마주치다 눈뜨다>등을 재미있게 읽었던 경험이 있고, 인터뷰를 정말 많이 하지만 어디서든 비슷비슷한 것만 접하게 되는 감독들에 대해 다른 접근을 보여줄 것이라는 점에서 끌렸다. 기대한 바대로, 지승호는 인터뷰이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다른 인터뷰에서 묻지 않았던 것에 대해 묻고, 인터뷰이를 자발적으로 말하게 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답을 강요하지 않는, 인터뷰이를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인터뷰를 읽는다는 것은 의외로 드물고 즐거운 경험이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읽으며 즐거웠다.

이번 책의 인터뷰는 어떤 이에게는 지겹게 길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내 인터뷰가 길다는 게 단점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사람을 진짜 좋아하고 알고 싶은 사람은 그것도 짧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 아는 친구를 따라 연말 가요 시상식장에 간 적이 있다. 밖에는 H.O.T나 GOD나 핑클을 한번 보기 위해서 난리였다. 기자는 그들을 대신해서 인터뷰이를 만나는 것이고, 인터뷰이 역시 팬들을 일일이 만날 수 없으니까 인터뷰어를 만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팬들에게나 인터뷰이에게나 충실해야 인터뷰어의 미덕일 텐데,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어떤 기자가 "내가 녹음기를 쓰지 않는 이유는 3시간 정도 인터뷰를 한 다음에 녹취를 푸는 과정을 거친 후에 질렸기 때문"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 글을 읽으면서 순간 욕이 튀어나왔다. 그들을 잠시라도 보려고 몇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올라와서 새벽부터 울부짖는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그 따위 말은 할 수가 없다. 나는 재능이 없을지는 몰라도 대단히 윤리적인 인터뷰어다. -저자의 글 중

지승호의 인터뷰를 읽는 것이 즐거운 이유는 바로 위와 같은 성실함과 전문 인터뷰어로서의 직업윤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터뷰어로서 그가 가지는 가장 빛나는 재능은 바로 인터뷰에서 드러나는 성실함이다. 그는 인터뷰이와 인터뷰의 독자에게 있어 그의 작업이 가지는 의미를 알고 있다. 따라서 섣부픈 판단이나 정답의 강요 대신, 그는 인터뷰이를 이해하기 위한 성실한 사전 조사를 거치고 그것을 통해 인터뷰이에게서 진실된 대답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작업은 당연히(!) 독자에게는 이전의 수많은 인터뷰와 기사에서는 알 수 없었던 정보와 즐거움을 안겨주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그의 성실함은 곧 그의 직업윤리이자 탁월한 그의 재능이다.

책의 내용과는 벗어난 덧.
성실함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고 쉽게들 말한다. 하지만 그 한계를 진정 절감하고 거기에서 눈물 흘릴 수밖에 없을 순간에 이르기까지 성실함으로 자신을 이끈 사람이 과연 그렇게 많을지 나는 궁금하다. 천재라는 건 존재하겠지만, 대개 성실함은 많은 것을 극복하게 하더라. 천재가 되지 않아도 자기의 성실함으로 자기 몫을 감당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그 사람 마음의 문제. 나는 내가 천재도 수재도 아니라는 걸 알지만, 적어도 나의 게으름에 대해  "어차피 타고난 게 이 정도니까"라고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는 짓은 줄여가려고 한다. 그만둔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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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2 23:18 2006/10/22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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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그랜트 주연의 영화로 잘 알려져 있는 동명 소설 <About a Boy>의 작가인 닉 혼비가 자신의 광적인 축구 사랑-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스날 사랑-에 대해 쓴 자전적 글. 열한 살 생일이 지날 무렵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생의 수많은 순간들을 아스날의 경기와 연결지어 풀어놓는 글이 재미있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정말 이 사람은 아스날과 함께 자랐고, 아스날을 통해 인생을 배웠구나. 아스날이 없다면 이 사람을 설명하기란 불가능하겠다, 라는 생각까지 들 때쯤에는 이 순정한 팬심에 절로 경배를 보내게 된다.

"나는 축구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마치 훗날 여자들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될 때처럼. 느닷없이, 이유도 깨닫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축구에 빠져들고 만 것이다. 그 사랑때문에 앞으로 겪게 될 고통이나 분열 상태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없었다. …(중략)… 나는 고작 스토크를 상대로, 1-0으로, 그것도 상대 골키퍼가 막아낸 페널티킥을 도로 차 넣어 근근이 이긴 팀과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 본문 중 발췌

책 처음 부분에 나오는 저 글에서 사실 게임 끝이었다. 저 팬심이 구구절절 마음에 와 닿았으니. 남녀 간 어떤 사랑 이상으로, 팬질은 대형사고다. 내가 응원하는 그 상대가 매우 뛰어나서 팬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진짜 무서운 건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랑이 시작되어 형편없는 플레이와 성적에 대해 욕하면서도 미운 정이 쌓여버리는 경우다. 팬질이 중증에 다다르면 그 팀의 흥망성쇠가 마치 나의 운명과 같이 가는 것만 같이 느껴지고, 이 단계를 벗어나 그냥 그 팀과 내가 같이 늙어가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는 LG가 그렇다. 물론 나는 혼비처럼 중증은 아니고 최근 들어서는 시간적 제약 및 여러가지 이유로 야구장에 못 가 본지 2년이 넘었으므로 팬이라고 자처하기에도 민망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의 팬질을 되돌아볼 때, 나는 어떠한 이유로 LG의 팬이 되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LG의 전신인 MBC청룡의 팬이었던 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잠실 야구장에 갔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대개 페넌트레이스 성적은 엄마가 응원하던 해태가 압도적 우위에 있었다. 그래도 나의 사랑은 LG에게 이미 가 버렸고, 해태의 막강한 투수진들이 오늘은 좀 무너지길 간절히 바라곤 했다. -_-;; LG가 파이팅이 넘쳤던 시절, 그들의 역전승을 보면 내 꿀꿀한 삶도 역전승해버릴 것 같았다. 물론 역전은 스포츠에서만 일어났지만.
2000년대 들어 LG는 꾸준히 하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LG의 성적이 안 좋아서 그런지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이제는 LG와 나를 연관짓는 버릇은 없어졌다. 지긋지긋하게 안 풀리는 경기를 보면 화가 나고 재미있게 야구를 하는 팀으로 눈을 돌리리라 생각해보곤 하지만, 어린 시절 품은 팬심이란 질긴 것이다. 욕하면서도 다시 LG의 경기를 해 주는 채널로 리모콘을 돌리고 다시 욕을 시작하며 열을 확확 받는 악순환의 반복. 이제 나는 LG를 버릴 수 없음을 인정해야겠다. 그리고 LG와 함께 곱게 늙는 방법이나 생각해봐야지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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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1 00:14 2006/08/2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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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파랑새는 아니었어 당신도 저런 새를 갖고 싶다면 좋은 방법을 알려주지 위험을 무릅쓰고 추억의 나라나 밤의 나라 따위를 헤맬 필요는 없어 우선 새를 잡아와 흔해빠진 참새라도 새를 잡을 정도로 민첩하지 않다고 그렇다면 새를 사오라고 그리고 남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새의 주둥이를 틀어막고 때리란 말이야 시퍼렇게 멍들 때까지 얼룩지지 않도록 골고루 때리는게 중요해 잘못 건드려서 숨지더라도 신경 쓰지 마 하늘은 넓고 새는 널려 있으니 오히려 몇마리 죽이고 나면 더 완벽한 파랑새를 얻을 수 있지 그리고 가족들 앞에서 말하라고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왔다고 모두들 기뻐하겠지 물론 밤마다 새를 때리다 보면 둔해빠진 가족이라도 비밀을 눈치채겠지 걱정 마 그 정도는 눈감아줄 거야 맞아서 파랗든 원래 파랗든 파랑새라는 게 중요한 거야 그리고 비밀 없는 행복은 하늘 아래 존재하지 않는 거야 뼛속 깊이 퍼렇게 골병든 행복 맞으면 맞을수록 강해지는 행복 처음부터 파랑새는 아니었어

성미정, [동화-파랑새]


모두를 위한 거짓말, 그런 건 없다. 다만 견디고 싶을 뿐이겠지, 똑같은 지긋지긋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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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4 00:40 2006/07/1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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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꽤 반응이 좋은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를 읽었다. 소설책에 무려 참고문헌이 달려있다는 점때문에 읽기도 전에 질려서 덮어버렸는데-아티클의 참고문헌으로도 충분하단 말이야!!- 생리통때문에 일찌감치 집에 오니 볼만한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없길래(-_-) 책을 집어들었다.

재미있었다. 그런데 먼저 이 책을 읽은 치짱 언니 말대로 소설 아닌 다른 글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재미더라. 만약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이 글을 읽었다면 더 좋아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소설로서는 각종 매체의 호들갑이 무색하도록 그냥 그랬다. 이런 호들갑에 속은 게 한 두번도 아니고, 뭐 다 그런 거지요-_- 하지만 작가 양반이 축구 에세이를 연재한다면 즐겁게 읽을 용의가 있다.

제목 그대로 '나'와 결혼한 아내가 이혼도 하지 않고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다. 일부일처제가 너무 당연한 사회에서 법률상 중혼죄라는 점을 들이대기 이전에 이 얼마나 '나'의 경악과 질투심, 초조함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인가. 하지만 아내는 일부일처제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주장하며 폴리가미, 더 나아가서는 폴리아모리를 주장한다. 소설의 중반부부터는 '나'와 (나의 아내임과 동시에 다른 남자의)아내, 다른 남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소설이 의미한 바(참고문헌을 보았을 때 소설이 의미한 바가 맞다고 생각한다), 혹은 광고된 바는 '일부일처제'라는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그런데 이 문제제기에 대해 정작 소설로서 가질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다 풀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주제와 관련해 중요한 중반부부터 끝까지는 오히려 이야기의 호흡도 불안하고 소설에 계속 삽입되는 축구 이야기와 유기적인 구성을 이루지 못한 채 단락이 나열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일부일처제니 폴리아모리니 하는 이야기보다 오히려 삽입된 축구선수 이야기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소설 구성과 축구 이야기를 접고, 다시 소설의 주제로 돌아가보자. 과연 아내가 주장하고 새로운 남편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동조하며 '내'가 결국에는 따르는 폴리아모리라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 작가가 참고문헌까지 찾아가며 밝힌 바에 따르면 폴리아모리스트들이 정말 있단다. 하지만 마음의 그릇이 작은건지, 혹은 질투와 집착이 심해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나는 폴리아모리스트인 아내가 이 소설에서 제일 동감이 안 되더라.
사랑이라는 것이 포함하고 있는 그 수많은 미묘한 것들 중 소유욕과 배타성이라는 것도 분명 존재할게다. 그러한 소유욕과 배타성을 부정하는 사랑이 인간의 수준에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난 스스로 자신이 없다. 또한 나의 상대에게 그것을 강요할 염치 또한 없다. 일생에 나는 아마 여러 사람을 사랑할 것이나 동시의 시간에 여럿에게 사랑을 분배할 자신은 없다. 아마 폴리아모리스트들은 그들의 사랑이 동일한 사랑을 똑같이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상대에게 다른 사랑을 주는 것이라고 반박할테다. 하지만 사랑이 세모와 네모처럼 명확히 구별되어 다른지 어찌 알겠는가. 그건 주는 사람의 의식 뿐만 아니라 받는 사람의 주관에서 해석된다. 내가 내 의지대로 준다 치자. 하지만 나는 내 사랑에 대한 상대의 해석을 주관할 수는 없다. 이것이 내가 폴리가미는 둘째치고 폴리아모리스트가 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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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5 22:52 2006/06/05 22:52
실화(失花)

1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2

꿈―---꿈이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자는 것이 아니다. 누운 것도 아니다.
앉아서 나는 듣는다. (12월 23일)
"언더 더 워치―--- 시계 아래서 말이에요, 파이브 타운스―--- 다섯 개의 동리란 말이지요. 이 청년은 요 세상에서 담배를 제일 좋아합니다―--- 기다랗게 꾸부러진 파이프에다가 향기가 아주 높은 담배를 피워 빽― 빽― 연기를 풍기고 앉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낙이었답니다."
(내야말로 동경 와서 쓸데없이 담배만 늘었지. 울화가 푹― 치밀을 때 저― 폐까지 쭉― 연기나 들이켜지 않고 이 발광할 것 같은 심정을 억제하는 도리가 없다.)
"연애를 했어요! 고상한 취미―--- 우아한 성격―--- 이런 것이 좋았다는 여자의 유서예요―--- 죽기는 왜 죽어―--- 선생님―--- 저 같으면 죽지 않겠습니다. 죽도록 사랑할 수 있나요―--- 있다지요. 그렇지만 저는 모르겠어요."
(나는 일찍이 어리석었더니라. 모르고 연(姸)이와 죽기를 약속했더니라. 죽도록 사랑했건만 면회가 끝난 뒤 대략 이십 분이나 삼십 분만 지나면 연이는 내가 '설마' 하고만 여기던 S의 품안에 있었다.)
"그렇지만 선생님―--- 그 남자의 성격이 참 좋아요. 담배도 좋고 목소리도 좋고―--- 이 소설을 읽으면 그 남자의 음성이 꼭―--- 웅얼웅얼 들려 오는 것 같아요. 이 남자가 같이 죽자면 그때 당해서는 또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 같아서는 저도 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 사람이 정말 죽을 수 있도록 사랑할 수 있나요? 있다면 저도 그런 연애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러나 철부지 C양이여. 연이는 약속한 지 두 주일 되는 날 죽지 말고 우리 살자고 그럽디다. 속았다. 속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다. 나는 어리석게도 살 수 있을 것을 믿었지. 그뿐인가. 연이는 나를 사랑하노라고까지.)
"공과(功課)는 여기까지밖에 안 했어요―--- 청년이 마지막에는―--- 멀리 여행을 간다나 봐요. 모든 것을 잊어버리려고."
(여기는 동경이다. 나는 어쩔 작정으로 여기 왔나? 적빈(赤貧)이 여세(如洗) ―---콕토 가 그랬느니라―---재주 없는 예술가야 부질없이 네 빈곤을 내세우지 말라고. 아― 내게 빈곤을 팔아먹는 재주 외에 무슨 기능이 남아 있누. 여기는 간다쿠 진보초(神田區 神保町), 내가 어려서 제전(帝展) 이과(二科)에 하가키(엽서) 주문하던 바로 게가 예다. 나는 여기서 지금 앓는다.)
"선생님! 이 여자를 좋아하십니까―--- 좋아하시지요―--- 좋아요―---아름다운 죽음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까지 사랑을 받는―--- 남자는 행복되지요―--- 네―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이상(李箱) 턱에 입 언저리에 아― 수염이 숱하게도 났다. 좋게도 자랐다.)
"선생님―--- 뭘―---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네― 담배가 다 탔는데―--- 아이― 파이프에 불이 붙으면 어떻게 합니까―--- 눈을 좀―--- 뜨세요.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네― 무슨 생각 그렇게 하셨나요."
(아― 참 고운 목소리도 다 있지. 십 리나 먼―--- 밖에서 들려 오는―--- 값비싼 시계 소리처럼 부드럽고 정확하게 윤택이 있고―--- 피아니시모―---꿈인가. 한 시간 동안이나 나는 스토리보다는 목소리를 들었다. 한 시간―---한 시간같이 길었지만 십 분―---나는 졸았나? 아니 나는 스토리를 다 외운다. 나는 자지 않았다. 그 흐르는 듯한 연연한 목소리가 내 감관(感官)을 얼싸안고 목소리가 잤다.)
꿈―---꿈이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잔 것도 아니요 또 누웠던 것도 아니다.


3

파이프에 불이 붙으면?
끄면 그만이지. 그러나 S는 껄껄―--- 아니 빙그레 웃으면서 나를 타이른다.
"상(箱)! 연이와 헤어지게.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으니. 상이 연이와 부부? 라는 것이 내 눈에는 똑 부러 그러는 것 같아서 못 보겠네."
"거 어째서 그렇다는 건가."
이 S는, 아니 연이는 일찍이 S의 것이었다. 오늘 나는 S와 더불어 담배를 피우면서 마주 앉아 담소할 수 있었다. 그러면 S와 나 두 사람은 친우였던가.
"상! 자네「EPIGRAM(경구)」이라는 글 내 읽었지. 한 번―--- 허허― 한 번. 상! 상의 서푼짜리 우월감이 내게는 우숴 죽겠다는 걸세. 한 번? 한 번―--- 허허― 한 번."
"그러면(나는 실신할 만치 놀란다) 한 번 이상―--- 몇 번. S! 몇 번인가."
"그저 한 번 이상이라고만 알아 두게나그려."
꿈―---꿈이면 좋겠다. 그러나 10월 23일부터 10월 24일까지 나는 자지 않았다. 꿈은 없다.
(천사는―---어디를 가도 천사는 없다. 천사들은 다 결혼해 버렸기 때문에다.)
23일 밤 열시부터 나는 가지가지 재주를 다 피워 가면서 연이를 고문했다.
24일 동이 훤―하게 터올 때쯤에야 연이는 겨우 입을 열었다. 아! 장구한 시간!
"첫 번―--- 말해라."
"인천 어느 여관."
"그건 안다. 둘째 번―--- 말해라."
"……"
"말해라."
"N빌딩 S의 사무실."
"셋째 번―--- 말해라."
"……"
"말해라."
"동소문 밖 음벽정."
"넷째 번―--- 말해라."
"……"
"말해라."
"……"
"말해라."
머리맡 책상 서랍 속에는 서슬이 퍼런 내 면도칼이 있다. 경동맥을 따면―--- 요물은 선혈이 댓줄기 뻗치듯 하면서 급사하리라. 그러나―---
나는 일찌감치 면도를 하고 손톱을 깎고 옷을 갈아입고 그리고 예년 10월 24일경에는 사체가 며칠 만이면 썩기 시작하는지 곰곰 생각하면서 모자를 쓰고 인사하듯 다시 벗어 들고 그리고 방―---연이와 반년 침식을 같이 하던 냄새나는 방을 휘― 둘러 살피자니까 하나 사다 놓네 놓네 하고 기어이 뜻을 이루지 못한 금붕어도―--- 이 방에는 가을이 이렇게 짙었건만 국화 한 송이 장식이 없다.


4

그러나 C양의 방에는 지금―--- 고향에서는 스케이트를 지친다는데―--- 국화 두 송이가 참 싱싱하다.
이 방에는 C군과 C양이 산다. 나는 C양더러 '부인'이라고 그랬더니 C양은 성을 냈다. 그러나 C군에게 물어 보면 C양은 '아내'란다. 나는 이 두 사람 중의 누구라고 정하지 않고 내 동경생활이 하도 적막해서 지금 이 방에 놀러 왔다.
언더 더 워치―--- 시계 아래서의 렉처(강의)는 끝났는데 C군은 조선 곰방대를 피우고 나는 눈을 뜨지 않는다. C양의 목소리는 꿈같다. 인토네이션이 없다. 흐르는 것같이 끊임없으면서 아주 조용하다.
나는 그만 가야겠다.
"선생님(이것은 실로 이상 옹을 지적하는 참담한 인칭대명사다) 왜 그러세요―--- 이 방이 기분이 나쁘세요?(기분? 기분이란 말은 필시 조선말은 아니리라) 더 놀다 가세요―--- 아직 주무실 시간도 멀었는데 가서 뭐 하세요? 네? 얘기나 하세요."
나는 잠시 그 계간유수(溪間流水) 같은 목소리의 주인 C양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C군이 범과 같이 건강하니까 C양은 혈색이 없이 입술조차 파르스레하다. 이 오사게 라는 머리를 한 소녀는 내일 학교에 간다. 가서 언더 더 워치의 계속을 배운다.
사람이―---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강사는 C양의 입술이 C양이 좀 횟배를 앓는다는 이유 외에 또 무슨 이유로 조렇게 파르스레한가를 아마 모르리라.
강사 는 맹랑한 질문 때문에 잠깐 얼굴을 붉혔다가 다시 제 지위의 현격히 높은 것을 느끼고 그리고 외쳤다.
"쪼꾸만 것들이 무얼 안다고―---"
그러나 연이는 히힝 하고 코웃음을 쳤다. 모르기는 왜 몰라―--- 연이는 지금 방년이 이십, 열여섯 살 때 즉 연이가 여고 때 수신과 체조를 배우는 여가에 간단한 속옷을 찢었다. 그리고 나서 수신과 체조는 여가에 가끔 하였다.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다섯 해―---개꼬리도 삼 년만 묻어 두면 황모(黃毛)가 된다든가 안 된다든가 원―---
수신 시간에는 학감선생님, 할팽(割烹)1 시간에는 올드미스 선생님, 국문 시간에는 곰보딱지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이 귀염성스럽게 생긴 연이가 엊저녁에 무엇을 했는지 알아내면 용하지."
흑판 위에는 '요조숙녀'라는 액(額)의 흑색이 임리(淋彍)하다.
"선생님 선생님―--- 제 입술이 왜 요렇게 파르스레한지 알아맞히신다면 참 용하지."
연이는 음벽정(飮碧亭)에 가던 날도 R영문과에 재학중이다. 전날 밤에는 나와 만나서 사랑과 장래를 맹세하고 그 이튿날 낮에는 기싱과 호손을 배우고 밤에는 S와 같이 음벽정에 가서 옷을 벗었고 그 이튿날은 월요일이기 때문에 나와 같이 같은 동소문 밖으로 놀러 가서 베제(키스)했다. S도 K교수도 나도 연이가 엊저녁에 무엇을 했는지 모른다. S도 K교수도 나도 바보요, 연이만이 홀로 눈 가리고 야웅 하는 데 희대의 천재다.
연이는 N빌딩에서 나오기 전에 WC라는 데를 잠깐 들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오면 남대문통 십오 간 대로 GO STOP의 인파.
"여보시오 여보시오, 이 연이가 저 이층 바른편에서부터 둘째 S씨의 사무실 안에서 지금 무엇을 하고 나왔는지 알아맞히면 용하지."
그때에도 연이의 살결에서는 능금과 같은 신선한 생광(生光)이 나는 법이다. 그러나 불쌍한 이상 선생님에게는 이 복잡한 교통을 향하여 빈정거릴 아무런 비밀의 재료도 없으니 내가 재산 없는 것보다도 더 가난하고 싱겁다.
"C양! 내일도 학교에 가셔야 할 테니까 일찍 주무셔야지요."
나는 부득부득 가야겠다고 우긴다. C양은 그럼 이 꽃 한 송이 가져다가 방에다 꽂아 놓으란다.
"선생님 방은 아주 살풍경이라지요?"
내 방에는 화병도 없다. 그러나 나는 두 송이 가운데 흰 것을 달래서 왼편 깃에다가 꽂았다. 꽂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5

국화 한 송이도 없는 방 안을 휘― 한번 둘러보았다. 잘― 하면 나는 이 추악한 방을 다시 보지 않아도 좋을 수도 있을까 싶었기 때문에 내 눈에는 눈물도 괼밖에.
나는 썼다 벗은 모자를 다시 쓰고 나니까 그만하면 내 연이에게 대한 인사도 별로 유루(遺漏)없이 다 된 것 같았다.
연이는 내 뒤를 서너 발자국 따라왔던가 싶다. 그러나, 나는 예년 10월 24일경에는 사체(死體)가 며칠 만이면 상하기 시작하는지 그것이 더 급했다.
"상! 어디 가세요?"
나는 얼떨결에 되는 대로,
"동경."
물론 이것은 허담이다. 그러나 연이는 나를 만류하지 않는다. 나는 밖으로 나갔다.
나왔으니, 자― 어디로 어떻게 가서 무엇을 해야 되누.
해가 서산에 지기 전에 나는 이삼 일 내로는 반드시 썩기 시작해야 할 한 개 '사체(死體)'가 되어야만 하겠는데, 도리는?
도리는 막연하다. 나는 십 년 긴―--- 세월을 두고 세수할 때마다 자살을 생각하여 왔다. 그러나 나는 결심하는 방법도 결행하는 방법도 아무것도 모르는 채다.
나는 온갖 유행약을 암송하여 보았다.
그리고 나서는 인도교, 변전소, 화신상회 옥상, 경원선 이런 것들도 생각해 보았다.
나는 그렇다고―---정말 이 온갖 명사의 나열은 가소롭다―---아직 웃을 수는 없다.
웃을 수는 없다. 해가 저물었다. 급하다. 나는 어딘지도 모를 교외에 있다. 나는 어쨌든 시내로 들어가야만 할 것 같았다. 시내―---사람들은 여전히 그 알아볼 수 없는 낯짝들을 쳐들고 와글와글 야단이다. 가등이 안개 속에서 축축해한다. 영경(英京) 윤돈(倫敦)이 이렇다지―---


6

NAUKA사가 있는 진보초 스즈란도(神保町 鈴蘭洞)에는 고본(古本) 야시가 선다. 섣달 대목―---이 스즈란도도 곱게 장식되었다. 이슬비에 젖은 아스팔트를 이리 디디고 저리 디디고 저녁 안 먹은 내 발길은 자못 창량(璽崭)하였다. 그러나 나는 최후의 이십 전을 던져 타임스판 상용영어 사천 자라는 서적을 샀다. 사천 자―---
사천 자면 많은 수효다. 이 해양(海洋)만한 외국어를 겨드랑에 낀 나는 섣불리 배고파할 수도 없다. 아― 나는 배부르다.
진따―---(옛날 활동사진 상설관에서 사용하던 취주악대) 진동야의 진따가 슬프다.
진따는 전원 네 사람으로 조직되었다. 대목의 한몫을 보려는 소백화점의 번영을 위하여 이 네 사람은 클라리넷과 코넷과 북과 소고(小鼓)를 가지고 선조 유신 당초에 부르던 유행가를 연주한다. 그것은 슬프다 못해 기가 막히는 가각풍경(街角風景)이다. 왜? 이 네 사람은 네 사람이 다 묘령의 여성들이더니라. 그들은 똑같이 진홍색 군복과 군모와 '꼭구마'를 장식하였더니라.
아스팔트는 젖었다. 스즈란도 좌우에 매달린 그 은방울꽃〔鈴蘭〕모양 가등(街燈)도 젖었다. 클라리넷 소리도―---눈물에―---젖었다.
그리고 내 머리에는 안개가 자욱이 끼었다.
영국 윤돈이 이렇다지?
"이상!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남자의 목소리가 내 어깨를 쳤다. 법정대학 Y군, 인생보다는 연극이 더 재미있다는 이다. 왜? 인생은 귀찮고 연극은 실없으니까.
"집에 갔더니 안 계시길래!"
"죄송합니다."
"엠프레스에 가십시다."
"좋―지요."
ADVENTURE IN MANHATTAN에서 진 아서가 커피 한잔 맛있게 먹더라. 크림을 타 먹으면 소설가 구보(仇甫) 씨가 그랬다―---쥐 오줌내가 난다고. 그러나 나는 조엘 마크리 만큼은 맛있게 먹을 수 있었으니―---
MOZART의 41번은 '목성'이다. 나는 몰래 모차르트의 환술(幻術)을 투시하려고 애를 쓰지만 공복으로 하여 적이 어지럽다.
"신주쿠(新宿) 가십시다."
"신주쿠라?"
"NOVA에 가십시다."
"가십시다 가십시다."
마담은 루바슈카. 노바는 에스페란토. 헌팅을 얹은 놈의 심장을 아까부터 벌레가 연해 파먹어 들어간다. 그러면 시인 지용(芝鎔)이여! 이상은 물론 자작의 아들도 아무것도 아니겠습니다그려!
12월의 맥주는 선뜩선뜩하다. 밤이나 낮이나 감방은 어둡다는 이것은 고리키의「나그네」구슬픈 노래, 이 노래를 나는 모른다.


7

밤이나 낮이나 그의 마음은 한없이 어두우리라. 그러나 유정(兪政)아! 너무 슬퍼 마라. 너에게는 따로 할 일이 있느니라.
이런 지비(紙碑)가 붙어 있는 책상 앞이 유정에게 있어서는 생사의 기로다. 이 칼날같이 선 한 지점에 그는 앉지도 서지도 못하면서 오직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고 울고 있다.
"각혈이 여전하십니까?"
"네― 그저 그날이 그날 같습니다."
"치질이 여전하십니까?"
"네― 그저 그날이 그날 같습니다."
안개 속을 헤매던 내가 불현듯이 나를 위하여는 마코―---두 갑, 그를 위하여는 배 십 전 어치를, 사가지고 여기 유정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그의 유령 같은 풍모를 도회(韜晦)하기 위하여 장식된 무성한 화병에서까지 석탄산 내음새가 나는 것을 지각하였을 때는 나는 내가 무엇 하러 여기 왔나를 추억해 볼 기력조차도 없어진 뒤였다.
"신념을 빼앗긴 것은 건강이 없어진 것처럼 죽음의 꼬임을 받기 마치 쉬운 경우더군요."
"이상 형! 형은 오늘이야 그것을 빼앗기셨습니까! 인제―--- 겨우―--- 오늘이야―--- 겨우―--- 인제."
유정! 유정만 싫다지 않으면 나는 오늘 밤으로 치러 버리고 말 작정이었다. 한 개 요물에게 부상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이십칠 세를 일기로 하는 불우의 천재가 되기 위하여 죽는 것이다.
유정과 이상―---이 신성불가침의 찬란한 정사(情死)―---이 너무나 엄청난 거짓을 어떻게 다 주체를 할 작정인지.
"그렇지만 나는 임종할 때 유언까지도 거짓말을 해줄 결심입니다."
"이것 좀 보십시오."
하고 풀어헤치는 유정의 젖가슴은 초롱(草籠)보다도 앙상하다. 그 앙상한 가슴이 부풀었다 구겼다 하면서 단말마의 호흡이 서글프다.
"명일의 희망이 이글이글 끓습니다."
유정은 운다. 울 수 있는 외의 그는 온갖 표정을 다 망각하여 버렸기 때문이다.
"유형! 저는 내일 아침차로 동경 가겠습니다."
"……"
"또 뵈옵기 어려울걸요."
"……"
그를 찾은 것을 몇 번이고 후회하면서 나는 유정을 하직하였다. 거리는 늦었다. 방에서는 연이가 나 대신 내 밥상을 지키고 앉아서 아직도 수없이 지니고 있는 비밀을 만지작만지작하고 있었다. 내 손은 연이 뺨을 때리지는 않고 내일 아침을 위하여 짐을 꾸렸다.
"연이! 연이는 야웅의 천재요. 나는 오늘 불우의 천재라는 것이 되려다가 그나마도 못 되고 도로 돌아왔소. 이렇게 이렇게! 응?"


8

나는 버티다 못해 조그만 종잇조각에다 이렇게 적어 그놈에게 주었다.
"자네도 야웅의 천재인가? 암만해도 천재인가 싶으이. 나는 졌네. 이렇게 내가 먼저 지껄였다는 것부터가 패배를 의미하지."
일고 휘장(一高徽章)이다. HANDSOME BOY―---해협 오전 2시의 망토를 두르고 내 곁에 가 버티고 앉아서 동(動)치 않기를 한 시간 (이상?)
나는 그 동안 풍선처럼 잠자코 있었다. 온갖 재주를 다 피워서 이 미목수려(眉目秀麗)한 천재로 하여금 먼저 입을 열도록 갈팡질팡했건만 급기야 나는 졌다. 지고 말았다.
"당신의 텁석부리는 말을 연상시키는구려. 그러면 말아! 다락 같은 말아! 귀하는 점잖기도 하다마는 또 귀하는 왜 그리 슬퍼 보이오? 네?" (이놈은 무례한 놈이다.)
"슬퍼? 응―--- 슬플밖에―--- 20세기를 생활하는데 19세기의 도덕성밖에는 없으니 나는 영원한 절름발이로다. 슬퍼야지―--- 만일 슬프지 않다면―--- 나는 억지로라도 슬퍼해야지―--- 슬픈 포즈라도 해보여야지―--- 왜 안 죽느냐고? 헤헹! 내게는 남에게 자살을 권유하는 버릇밖에 없다. 나는 안 죽지. 이따가 죽을 것만같이 그렇게 중속(衆俗)을 속여 주기만 하는 거야. 아― 그러나 인제는 다 틀렸다. 봐라. 내 팔. 피골이 상접. 아야아야. 웃어야 할 터인데 근육이 없다. 울려야 근육이 없다. 나는 형해(形骸)다. 나―---라는 정체는 누가 잉크 짓는 약으로 지워 버렸다. 나는 오직 내―--- 흔적일 따름이다."
NOVA의 웨이트리스 나미코는 아부라에(유화)라는 재주를 가진 노라의 따님 코론타이의 누이동생이시다. 미술가 나미코 씨와 극작가 Y군은 4차원 세계의 테마를 불란서 말로 회화한다.
불란서 말의 리듬은 C양의 언더 더 워치 강의처럼 애매하다. 나는 하도 답답해서 그만 울어 버리기로 했다. 눈물이 좔좔 쏟아진다. 나미코가 나를 달랜다.
"너는 뭐냐? 나미코? 너는 엊저녁에 어떤 마치아이(요릿집)에서 방석을 베고 19분 동안―--- 아니 아니 어떤 빌딩에서 아까 너는 걸상에 포개 앉았었느냐. 말해라―--- 헤헤― 음벽정? N빌딩 바른편에서부터 둘째 S의 사무실? (아― 이 주책없는 이상아 동경에는 그런 것은 없습네.) 계집의 얼굴이란 다마네기다. 암만 벗기어 보려무나. 마지막에 아주 없어질지언정 정체는 안 내놓느니."
신주쿠의 오전 1시―---나는 연애보다도 우선 담배를 피우고 싶었다.


9

12월 23일 아침 나는 진보초 누옥(陋屋) 속에서 공복으로 하여 발열하였다. 발열로 하여 기침하면서 두 벌 편지는 받았다.

저를 진정으로 사랑하시거든 오늘로라도 돌아와 주십시오. 밤에도 자지 않고 저는 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정.

이 편지 받는 대로 곧 돌아오세요. 서울에서는 따뜻한 방과 당신의 사랑하는 연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 서(書).

이날 저녁에 부질없는 향수를 꾸짖는 것처럼 C양은 나에게 백국(白菊) 한 송이를 주었느니라. 그러나, 오전 1시 신주쿠역 폼에서 비칠거리는 이상의 옷깃에 백국은 간데없다. 어느 장화가 짓밟았을까. 그러나―--- 검정 외투에 조화를 단, 댄서―--- 한 사람. 나는 이국종 강아지 올시다. 그러면 당신께서는 또 무슨 방석과 걸상의 비밀을 그 농화장(濃化粧) 그늘에 지니고 계시나이까?
사람이―--- 비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참 재산 없는 것보다도 더 가난하외다그려! 나를 좀 보시지요?


출전:문장2(19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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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7 09:00 2006/04/27 09:00
어른도 길을 잃는다
박정요 / 창비(창작과비평사)

감상에 앞서: 언젠가부터 누군가의 창작물에 별점 매기는 게 미안해졌다. 누군가가 영화나 책에 대해 별점으로 평가해놓는 것을 즐겨 보긴 하지만, 그들의 별점과 나의 그것이 같지 않았을 때가 더 많았기에 "별점"으로 대표되는 비평이라는 것에 무게를 크게 두지는 않게 되었다. 그냥 그 사람의 느낌과 생각, 독해방식을 즐겁게 향유할 뿐. 그래서 앞으로 종종 올리게 되는 영화나 책, dvd 등에 대해 감상문을 쓸 때 별점을 달지 않을 생각이다. 별점을 굳이 매기지 않아도 라이프로그에 등록된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다....라고는 차마 쪽팔려서 말할 수 없다. 바보-_-


책장을 넘긴다. "98년 9월 13일"이라는, 이 책을 샀던 날짜가 적혀있다. 왜 이 책을 사게 되었는지에 대해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이유는, 투병 중이었던 작가의 인터뷰 기사가 인상적이었고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꼬박꼬박 갔던 교보문고에서 우연히 이 책의 예쁜 표지를 발견하여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이 좋았었다는 것. 그리고 제목인 "어른도 길을 잃는다"라는 문구에 홀려서. 그리고 그냥저냥 재미있게 읽고 말았던 것 같다. 단지, 소설의 배경이 전라남도 해남이라서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전부 전라도 사투리로 쓰여져 있는데, "말 씹는 맛이 참 좋구나"라고 생각했을 뿐.


말이 조근조근 단 맛을 내며 씹히는 그 느낌이 그리워서 이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이 책은 어린 소녀의 눈으로 한 가족, 그리고 어떤 공동체가 역사 속에서 입은 상처를 바라본다. 민들레 홀씨가 모락모락 퍼져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는, 검실검실한 눈을 가진 소녀는 팔남매 중 제일 보잘 것 없는 여섯째 딸이라는 위치 덕에 매번 치이고, 공상하다가 잠이 들어버리는 자신이 정말 식구들 말대로 바보가 아닐까를 고민한다. 하지만 그녀가 자라면서 바라보는 어른들의 비밀스럽고 알 수 없는 세계는, 어른들이 사실은 별 것이 아닐 수 있었던 어떤 일로 인해 평생 길 잃은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비극의 시간이자 공간이며, 그렇게 계속 길 잃은 채 삶을 견뎌내어야 하는 어른들을 보며 소녀는 깨닫고 자라난다. 어른도 길을 잃으며,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소녀의 가족과 그들이 속한 공동체가 있는 마을은 동학운동을 일으킨 자들의 후손들이 땅끝으로 쫓겨와서 개척한 곳이었다. 이들이 평화롭게 땅을 개척하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해방 후에 땅끝까지 몰아친 좌우의 대립은 뭣도 모르고 쓸려간 사람들에게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들의 인생은 그렇게 길을 잃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따지지 않는다. 왜 내 인생에서 나를 길 잃게 만들었느냐고, 길 잃기 전 그 자리로 나를 다시 돌려놓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그것을 살아갈 뿐.


중학생이 된 소녀는 길 잃은 어른의 대표격이었던 아버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아버지는 술의 힘을 빌려 인사불성이 된다거나 세상을 원망하며 폭력이나 욕설 등으로 이성을 잃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언제나 또렷한 의식으로 자신의 패배를 고스란히 겪어냈다. 내가 막상 두려워했던 것도 바로 아버지의 그런 모습이었다. 자신의 실패를 고스란히 담은 그 무기력한 모습이야말로 몸서리가 나도록 처절한 것이어서 숨이 다 막힐 지경이었다. 순전히 자기 의지로 폐인을 자처한 그 모습이야말로 무서운 분노의 다른 표현 같았던 것이다." 이에 소녀는 한 발 더 나아간다. 자신의 조상들이 개척하고, 자기가 딛고 선 땅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버지가 자기 부정의 방식으로 분노하고 살아냈던 세상을 이어받아 그것을 긍정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소녀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두려웠고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를 이해하며 그를 이어받아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그게 아버지에 대한 소녀의 애정이고, 역사 속에서 자신이 어찌할 수 없었던 상황에 휘말려 길 잃은 채 살아가야 했던 모든 어른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 어린 송가일 것이다.


내용이 꽤나 무거운 것 같지만, 사실 이 소설 꽤 재미있다. 소녀 가족과 이웃들의 소소한 일상과 무거운 역사가 꽤 잘 조합되어 있어서 머리맡에 두고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그토록 소소한 일상이 역사의 무게를 지탱함을 아는 작가의 힘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은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즐거움과 감동을 준다. 그리고 이제는 이 책에 대해 고등학생이었던 98년의 그 가을보다 더 잘 공감하게 된, 어른이 된 내가 다짐한다. 어른도 길을 잃는다는 자명한 사실을 잊지 않기를.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하되, 길 잃은 누군가를 쉽게 탓하는 대신 길 잃게 만든 상황에 대해 말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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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다 |
2006-03-0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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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vegaLuz at 2006-03-06 04:29 x
표지만큼이나 예쁜 소설일 듯한 예감.
나도 책사면, 앞표지에 날짜와 구입장소 적어두는데.. ^^
감상문 감사~~ ^^
Commented by 나다 at 2006-03-06 13:36 x
vega// 이 책은 중고등학생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공감하며 읽기에는 역시 10대의 감수성으로는 어려울 듯. 난 사실 고등학교때는 이 책이 그냥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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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5 23:49 2006/03/05 23:49
문답놀이하다 생각나서 올린다.
나도 굴리고 싶어진다. 어지럽도록 쌩쌩 굴리고 싶어진다.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황동규


자전거 유모차 리어카의 바퀴
마차의 바퀴
굴러가는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가쁜 언덕길을 오를 때
자동차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길 속에 모든 것이 안 보이고
보인다, 망가뜨리고 싶은 어린날도 안 보이고
보이고, 서로 다른 새 떼 지저귀던 앞뒷숲이
보이고 안 보인다. 숨찬 공화국이 안 보이고
보인다. 굴리고 싶어진다, 노점에 쌓여있는 귤,
옹기점에 엎어져 있는 항아리, 동그랗게 누워 있는 사람들,
모든 것 떨어지기 전에 한 번 날으는 길 위로.



by 나다 |
2006-02-05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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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vegaLuz at 2006-02-06 01:08 x
나다는 2006 굴렁바퀴(굴렁쇠 패러디) 아가씨. ^^
Commented by 나다 at 2006-02-06 22:13 x
vega// 이화의 굴렁바퀴 아가씨~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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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5 22:37 2006/02/05 22:37
모든 이름들 (Todos os Nomes)

주제 사라마구 지음, 송필환 옮김 / 문학세계사

"너에게 붙여진 이름은 알아도, 네가 가진 이름은 알지 못한다. 증명서"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종합 시험 일주일 전 쯤이었던 것 같다. 읽고 싶었다. "읽고 있다"는 느낌을 간절히 되찾고 싶어서 교보문고에 갔고, 무작정 이 양반의 책 두 권을 집어들고 나왔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내가 좋아하는 하드카피에다가 나름 베스트셀러였는지 눈에 잘 보이길래, 그리고 제목이 섹시해서 집어 들었고, <모든 이름들>은 서가를 유령처럼 배회하다가 "이름"이라는 단어에 끌려 조악한 표지 디자인- 저자 얼굴 크게 박은 표지는 저자가 어지간한 인물의 소유자가 아니고서야 대개 구매욕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다-과 "98년 노벨문학상 수상" 등의 거슬리는 선전문구-정말, 진짜로 싫다-에도 불구, 스르륵 뽑아들고 계산해버렸다. 이 외에도 시집 두 권을 더 샀다. 어지간해서 시집을 사진 않는데 정말 읽는 것에 대한 욕구가 간절했던 모양이다.

그토록 읽고 싶었는데, 이제야 그 때 산 책 중 두 번째로 이것을 읽었다. 이 책은 "너에게 붙여진 이름은 알아도, 네가 가진 이름은 알지 못한다. 증명서"로 시작하는데, 마치 김춘수의 "꽃"을 진지하게 생각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한다. 불려짐으로 누군가에게 꽃이 되는 이름들, 이 책의 주인공 쥬제씨도 이름이 꽃이 됨을 경험한다. 취미생활로 유명인들의 기사나 사진을 수집하던 중, 그는 관리 소장 몰래 등기소에 보관된 유명인들의 인적사항 서류를 가져와 보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와중에 딸려온 평범한 여자의 인적 기록부가 그에게 "이름"에 대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한다. 나이 오십이 되도록 등기소의 사무보조원으로 가족도 없이 초라히 살고 있는 그에게 매일 정리하는 서류 속에 적힌 누군가의 이름은 그저 붙여진 이름에 대한 정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취미생활 중에 우연히 딸려온 어떤 여자의 서류에서 비롯된 궁금증은 모든 이름 중 그녀의 이름에 접근하게 한다. 그렇게 그는 붙여진 이름을 넘어 그녀가 가진 이름에 대해 알게 된다.

아마도 우리는 누군가가 가진 이름에 대해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스스로도 자신이 가진 이름에 대해 그토록 자주 잊어버리고, 어떤 이름은 의식의 수면 위에 떠오르기도 전에 사라지곤 한다. 그래서 모든 이름들은 금방이라도 꺾일 듯한 연약한 꽃 같다. 하지만 연약한 꽃이면 어떠랴, 내가 너를 부르고 네가 나를 부를 때, 그 순간이라도 서로에게 꽃이면 되는 것을. 내가 당신의 붙여진 이름을 넘어 당신이 가진 이름 중 일부라도 알고 있고, 그 이름을 부르며 살아간다는 것이 이토록 나에게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인데. 정말,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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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다 |
2006-02-03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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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vegaLuz at 2006-02-03 02:44 x
어제 올라오면서, 내게 주어진 호칭들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었어요.
그걸로 포스팅 하나 할까하다가, 너무 무거운 글이 될 것 같아 접었는데, 여기서 이름에 관한 글을 읽게되다니... ^^
Commented by 바람 at 2006-02-03 10:57 x
책 못 읽은 것 30권도 넘는데, 이런 글을 읽으면 또 사고 싶어요.
모든 이름들,,,,,,다시 카트에 넣겠네요.
Commented by 오리 at 2006-02-03 10:57 x
오오오 재미나보여~~
Commented by 나다 at 2006-02-04 00:32 x
vega// ................통하였느냐? (스캔들 버전-_-)

바람// 책도 비교적 얇고 잘 넘어갑니다^^ 아직 못 읽으신 서른 권 넘는 책들에 대해서도 궁금해지네요.

오리// 최근 읽은 것 중에서는 제일 맘에 들었음^_^
Commented by vegaLuz at 2006-02-04 00:48 x
네~ 그렇사옵니다. ^^
Commented by vegaLuz at 2006-02-04 00:56 x
참. 전자 책 다운 받을 수 있는 곳. ^^
http://www.gutenberg.org/catalog/world/search
Commented by at 2006-02-04 23:07 x
나도 나중에 읽어보고싶구낭.. 시간 날때 교보 가서 새 책을 고르고 읽고 하는 것이 낙이었는데 그나마도 못하고 있다니 난 분명 제대로 살고있는 게 아닌게야. 좋지 않아 정말~
Commented by 나다 at 2006-02-04 23:25 x
쑤// 요즘 당신 블로그 보니까 대충 상태는 짐작이 가더라. 세상에, 정말이지 "코앞에" 있는 교보에 못 갈 정도라니....ㅠㅠ 당신이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게 아니라 환경이 미친게야. 힘내셔!!
Commented by 바람 at 2006-02-09 11:30 x
책에 대해 포스팅 하고 싶은데 앉아 있는 직업이 아니다보니 좀 힘들어요.ㅠ.ㅠ
Commented by 나다 at 2006-02-11 22:39 x
바람// 항상 바쁘게 사시면서도 규칙적으로 포스팅하시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세요-_-bb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2006/02/03 02:09 2006/02/03 02:09
해마다 이맘때면 "올해의 ○○"식으로 각 분야를 결산하는 것들을 본다. 이런 식으로 목록화되어 있는 기사들은 우선 재미있으니까 읽고 넘어가게 되는데, 한겨레에서도 올해의 책 50권을 선정했더라. 뉴스레터로 받아본 목록을 보면서 이 목록 선정에 대해 동의하고 하지 않음을 떠나 내 어딘가에 남아있던, 읽는다는 행위의 설렘이 되살려지는 듯하여 기분이 좋았다. 종시 끝나면 이 중 읽지 않은 책들을 한 권씩 보고 싶다. 물론 개중에는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책들도 있다:) 그냥 제목만 보고 땡기는 책들, 혹은 이전부터 읽으려 했으나 읽지 못했던 책들은 파란 색 표시함.


⊙ 한겨레가 전문가와 함께뽑은 2005 올해의 책 50

① 2005 올해의 책 50 : 여기 50권, 지성 온도를 높여드립니다

-대화: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임헌영 지음 한길사 펴냄
-미래를 여는 역사/ 한·중·일 3국 공동역사편찬위원회 지음 한겨레신문사 펴냄
-20세기 한국민중의 구술자서전/ 이균옥외 지음 소화 펴냄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푸른숲 펴냄
-강의/ 신영복 지음 돌베개 펴냄 <= 사마 책 강탈 확정 :D
-니체 전집(22권)/ 니체 지음 책세상 펴냄 <= 스물 두 권의 압박-_-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김연수 지음 창비 펴냄
-통섭: 지식의 대통합/ 에드워드 윌슨 지음 최재천·장대익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 지음 부키 펴냄
-벽이/ 공진하 글·오승민 그림 낮은산 펴냄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허수경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1·2/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블루오션 전략/ 김위찬·르네 마보안 지음 강혜구 옮김 교보문고 펴냄
-조선 왕실 기록문화의 꽃 의궤/ 김문식 신병주 지음 돌베게 펴냄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지음 교양인 펴냄
-문명의 붕괴/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 펴냄
-불의 기억 1·2·3/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박병규 옮김 따님 펴냄
-아케이드 프로젝트 (전2권)/ 발터 베냐민 지음 조형준 옮김 새물결 펴냄
-푸른 혼/ 김원일 지음 이룸 펴냄
-대담/도정일·최재천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괴짜경제학/ 스티븐 레빗·스티븐 더브너 지음 안진환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받은 편지함/ 남찬숙 글·황보순희 그림 우리교육 펴냄
-도덕교육의 파시즘/ 김상봉 지음 길 펴냄

② 2005 올해의 책 50 : <실용·경제>

-블링크/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무열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세계화 이후의 부의 지배/ 레스터 서로 지음 현대경제연구원 옮김 청림출판 펴냄
-아이콘(iCon) 스티브 잡스/ 윌리엄 사이먼·제프리 영 지음 임재서 옮김 민음사 펴냄

③ 2005 올해의 책 50 : <자연·과학>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 김용준 지음 돌베개 펴냄
-우주의 구조/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승산 펴냄
-과학의 탄생/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 이영기 옮김 동아시아 펴냄

<= 이상, 자연과학을 향한 나의 영원한 동경 -0-

④ 2005 올해의 책 50 : <생활·문화>

-바둑의 발견 2/ 문용직 지음 부키 펴냄
-발바닥, 내 발바닥/ 김곰치 지음 녹색평론사 펴냄
-사람 대 사람/ 정혜신 지음 개마고원 펴냄
-아메리카 타운 왕언니 죽기 오분전까지 악을 쓰다/ 김연자 지음 삼인 펴냄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안병수 지음 국일미디어 펴냄 <= 과자, 나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_-
-한국 팝의 고고학 1960, 1970/ 신현준, 이용우, 최지선 지음. 한길아트 펴냄


⑤ 2005 올해의 책 50 : <문학>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허수경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유랑가족/ 공선옥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푸른숲 펴냄
-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문학동네 펴냄
-내가 살아온 20세기 문학과 사상/ 김윤식 지음 문학사상사 펴냄

⑥ 2005 올해의 책 50 : <인문·사회>

-그림책의 이해/ 현은자·김세희 지음 사계절 펴냄 (전2권) <= 읽고 재미있으면 바둑양에게도 추천^^
-개발 없는 개발/ 허수열 지음 은행나무 펴냄
-네 멋대로 써라/ 데릭 젠슨 지음 김정훈 옮김, 삼인 펴냄 <= what I really want!!!!
-우승열패의 신화/ 박노자 지음, 한겨레신문사 펴냄
-중국 고대-근대-현대 사상사론/ 리쩌허우 지음 김형종·임춘성·정병석 옮김 한길사 펴냄 (전3권)
-끝나지 않은 신드롬/ 천정환 지음. 푸른역사 펴냄
-서구문명은 동양에서 시작되었다/ 존 M. 홉슨 지음 정경옥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부르주아전/ 피터 게이 지음 고유경 옮김 서해문집 펴냄
-한국전쟁/ 박태균 지음. 책과함께 펴냄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이왕주 지음 효형출판 펴냄


by 나다 |
2005-12-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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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frozen ori w.. at 2005-12-26 03:57 x

제목 : 나도 읽자 좀
연말의 풍경 1: 남들이 꼽은 책 읽자 읽자 ...more

Commented by 바람 at 2005-12-28 22:15 x
책 꽤나 읽는다고 생각 했는데 올 한해 지른 책만도 1000여권에 이르는데 이 목록의 책은 한권도 없네요.
Commented by 나다 at 2005-12-29 00:02 x
헉 1000여권이라니... 대단하십니다-_ㅠbb
목록을 다시 보니 왠지 너무 한겨레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Commented by vadooki at 2005-12-31 02:18 x
어, 지난번에 봤을 땐 나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거 같은데-.-;;
근데 그거 왠지 재미없을거 같다ㅋㅋㅋ 그림책의 "이해"라니>_<
허걱 이해의 사회학, 우리 슈퍼울트라변태 베버씨가 떠오르는군ㅜㅜ
Commented by 나다 at 2006-01-01 23:13 x
바둑// 이 글 고친 적 없으니까 지난번에도 당신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듯. 내 보기엔 당신의 지향이 그 변태와 상응하는 듯 하오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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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5 12:51 2005/12/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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