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게 힘들고 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걸 간신히 누르면서, 나름 드라마틱하게 보낸 것 같은데
돌이켜보니 뭐 그렇다. 누구나 다 겪을 법한 별일, 그래서 별일이라고 말하기에는 민망한 그런 일들.
네가 기분 나빠할지 좋아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별일 없이 산다. 걱정은 좀 있다만.

1. 요즘 가장 자주 한 것

지난 해 말부터 요즘까지, 거의 격주에 한 번 꼴로 선이라는 걸 본다.
평생 나한테 뭘 하라고 말해본 적이 없던, 지난해 11월 초까지만 해도 내 앞에서 결혼을 해야 한다는 내색조차 없던 엄마의 변화가 낯설어서 처음에는 서운하고, 그러다가 큰 소리 내고 싸우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냥 이제 그것도 지겹다. 적어도 집에서만큼은 평화롭고 싶다. 가정의 평화는 어떤 한 사람의 작은 노력으로 이루어지기도 하는 법이다. 그닥 붙임성도 없고 예쁘지도 않고 나이도 꽉 찬 본인은 그런 불편한 자리, 불편한 시간을 겪어내기 위해 직업정신을 발휘한다. 상대를 인뎁스 인터뷰의 상대라 생각하고 직업탐구를 하는 거지. 간혹 본인의 직업정신을 작업정신으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어 좀 곤란하지만, 조건도 별로인 주제에 무례한 아가씨가 되는 것보다 부모에게는 나으려니 생각한다.
어제도 한 건의 선을 보러 나갔다. 광화문 교보타워 앞으로 나가는데 담배를 한 대 물고 내 앞을 지나가는 아저씨를 보며, 난생 처음으로 흡연자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피우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쨌든, 어릴 때부터 너무 엄마 속을 썩였기 때문에 커서는 좀 안 그러려고 하는데, 몰아서 효도 좀 하려니 힘들다.

2. 요즘 좋아하는 것들

야근을 하면서 라디오를 다시 듣기 시작했다. 매번 듣던 음악이 효과가 없는 날도 있고, 내 주변이 모두 야근을 하고 있는데 결국은 아무도 없는 듯한 그 느낌이 소스라치게 싫어서 라디오를 틀었다. 그러다 부쩍 즐겨듣게 된 프로그램이 sbs 파워 FM에서 10-12시에 하는 텐텐클럽. 이적이 dj를 맡았을 때도 안 들었던 이 프로그램을 스윗소로우가 진행하는 요즘에는 완전 열심히 애청중이다. 나에게 스윗소로우는 그냥 좋은 학교 나오고 노래 좀 되고 연애시대 OST나 cf송으로 이름을 좀 알린, 그냥 그런 무관심 가수였는데 라디오를 듣다보니 정말 얘들이 너무 웃기는 거다!!!!
알고보니 한 명 빼고는 다 나보다 연장자-이 점도 마음에 듭니다-지만, 정신연령의 그 얄팍함을 가늠할 수 없는 유치개그와 두 시간동안 빵빵 터지는 깨방정에 사무실에서 혼자 어깨를 들썩이며 미친년마냥 웃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내 스타일에 부합하는 분은, 리더이자 깨방정 멤버들조차 부끄러워하는 일할개그-하위 일할만 웃는다는 개그다-의 창시자 인호진 씨!! 이 분이 너무 웃겼던 나머지 간만에 검색까지 해 봐서 사진을 봤는데, 너무 키가 크고 마르신 데다가 쇄골 드러내는 옷을 즐기시는 게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저런 눈웃음을 치는 남자가 75년생이라는 점에는 그저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앞으로도 일할 개그로 빵빵 터뜨려 주시길. 더불이 인생이 건조하고 웃음이 필요하신 분들께는 텐텐클럽을 추천한다.

3. 요즘 먹고 싶은 것들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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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1 22:10 2010/02/0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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